장승근은 ‘인지 부조화’라는 대주제를 토대로 회화와 사진, 영상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문화의 초상을 그려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주로 우리가 미디어 망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취득하는 방식과 그 안락함 속에 숨겨진 기이함 또는 기괴함을 포착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익숙한 두 이미지가 서로 결합하여 유화로 물질화된 초상화들은 기이하고 낯선 무언가로 둔갑한다. 친숙함과 시각적 강렬함을 근거로 관객들의 시선을 강탈하는 고해상도 캐릭터들의 도상과 열화되듯 흐릿하게 재현된 저해상도 화면은 서로 다른 성질로 대립하지만 시각적인 조화를 이룬다. 대비되는 화면 속에서는 무맥락적으로 합성된 캐릭터 이미지에 의해 가려지고 흐려졌기 때문에 대상을 파악할 수 없어야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대상의 정체/캐릭터가 더 명확해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실재보다 미디어를 통해 편집된 가상 이미지들로 마주하게 되는 권력자들, 이와 반대로 가상을 넘어 실존하게 된 이상적 존재인 대중문화 속 캐릭터가 조합된 화면은 디지털 네이티브의 손에서 특정 대상이나 신념이 타자화/우상화되는 방식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며, 이 요소들이 상징/결집화되어 표현된 작가의 조형언어이자 캐릭터가 바로 ‘키치맨’이다.
작가는 Z세대에 걸맞은 가볍고 위트있어 보이는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표현하지만, 이면에 담겨진 ‘인지 부조화’의 메세지는 동시대, 자극적으로 과열되고 범람하는 미디어와 이미지 속 ‘무엇이 본질인가’에 대한 무게감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